[생활 스포츠, 100년이튼튼] ②
선수·선출·동호인 7단계 분류
승강제, 개인 종목 접목 성공 모델
“아마추어서 프로 성장 가능해”

지난 8일 경상북도 김천종합스포츠타운 실외테니스장에서 열린 ‘원포인트 레슨’ 모습. 남지은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클럽을 통한 생활 스포츠 확산을 위해 도입한 승강제(디비전리그)가 2017년 축구에서 처음 출범한 이래 올해까지 11개 종목으로 늘어났다. 한겨레가 ‘생활 스포츠, 100년이 튼튼’ 시리즈 두번째로 승강제를 개인 종목 특성에 맞게 잘 버무린 테니스 디비전리그를 들여다봤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성장하는, 생활체육에서 전문체육으로 나아가는 상징적인 현장이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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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계속했으면 어땠을까”하는미련이 사는 내내 남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6학년 때 학교 테니스부가 없어지면서 라켓을 놓게 됐다. 이후 공부에집중하라는 부모의 권유에 테니스는 그에게 더는 ‘꿈’이 아닌 ‘취미’가 됐다.
그런 그가 지난해 연말 가슴에 태극마크를 새기고 국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했다. 48살김성훈씨에게 30여년 만에 ‘선수’의 꿈을 이뤄준 무대가 바로 디비전리그다. 그는 지난해 팀을 꾸려전라북도 디비전리그(T4) 단체전에 출전해 우승했고, 각지역 T4 우승자가 겨루는 왕중왕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후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김성훈씨는 “코리아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한국 대표로 참가하니 마치 국가대표가 된 것 같았다. 선수로서 꿈을 이룬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디비전리그가 생긴 덕분에 가능했다”고 했다.
김성훈씨의 꿈을 이뤄준 디비전리그는 대한테니스협회가 2022년 시작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뛰는 통합 리그다. 실력별로 7개 단계(T1~T7)로 나뉘고, 지역별로대회를 연 뒤 각 지역 우승자끼리 왕중왕전을 치른다.
2017년 축구로 시작해 11개 종목(2022~2024년탁구, 야구, 당구, 배드민턴, 테니스, 족구, 2025년농구, 배구, 핸드볼, 하키추가)으로 확대된 디비전리그는 지난해 7개 종목에서 11만명(1600개 리그)이참가하는 등 수년 사이 대규모 대회로 성장했다. 디비전리그는 클럽을 통한 생활 스포츠 확산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도입했다.

2024년 디비전리그 왕중왕전 모습

지난 15일 전북특별자치도 완주에서 열린 유·청소년클럽리그 페스티벌에 참가한 유·청소년들
그중에서도 테니스는 단체전에 적합해 보였던 승강제 시스템을 개인 종목에 잘 버무린 대표적인 사례다. 랭킹포인트 중심인 개인 종목은 ‘승강’과 ‘강등’이 맞지 않는다는의견도 있었는데, 테니스는 풀뿌리에 기반을 두고, 단계별로순차적으로 추진하면서 변주 방법을 모색했다.
2022~2024년 남녀 구분없는 단체전(선수 6명+후보 2명)부터 열었고, 2024년 여자부 단체전을 따로 개설했다. 지난 6월 개막한 올해는 개인전(복식전)을시행했고, 이달 말 왕중왕전에서는 시니어부도 시범 운영한다. 2022년부터대한테니스협회 공모사업을 담당해온 배슬아 팀장은 “테니스 디비전리그가 정착하려면 승강제를 개인 종목에맞게 변주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추진하면서 장단점을 다음 종목에 반영했다”며 “개인전도 복식전을 먼저 치르면서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T1~T7을 단계별로 시행하면서 선수 출신, 선수, 동호인등을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게 했다. 2022년 생활체육 초보자들이 나설 수 있는 T7을 시작으로, 2023년 중급,상급자를 위한 T6~T5를 각각 개설했다. 지난해선수 출신 등 최상급자들이 나서는 T4 대회를 열었다. 배팀장은 전문가와 프로들이 나설 수 있는 “T3는 2026년, T2는 2028년, T1은 2030년 시행이 목표”라며 “테니스디비전리그는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성장할 수 있고, 생활체육에서 전문체육으로 갈 수 있는 리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개인 종목에서 디비전리그가 정착되면 ‘엘리트 체육’ 중심에서벗어나 공부하는 선수를 양산할 수도 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T1까지올라가서 선수를 할 수도 있고, 선수는 하고 싶지 않지만 대회는 뛰고 싶은 이들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있다.

이런 장점에 테니스 디비전리그는 해를 거듭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94개 리그(641팀, 5892명)에서, 지난해 155개리그(798팀, 6384명)로확대됐다. 디비전리그 최다 운영지역인 울산에서는 지난해 약 700여명이참가할 정도로 관심도 높아졌다. 제주지역 디비전리그를 담당하는 손다혜 제주도테니스협회 지도자는 “제주도 첫해에는 선수 수급에 애를 먹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도가 높다”며 “제주에는 테니스장이 적어서 구력 짧은 이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았는데, 디비전리그로그 갈증이 해소되고 있다”고 했다.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지역 편차를 줄여야 하고, 경기를치를 수 있는 코트도 더 필요하다. 심판 등 운영 인력 또한 확보해야 한다. T1~T3에 참가할 ‘프로’들의참여도도 높여야 한다. 디비전리그는 동호인들에게는 환영받지만, 현역선수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리그다. 선수 출신 한 테니스인은 “선수입장에서는 순수 아마추어와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프로-아마 경계를 허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지난해 디비전리그 T4에 참가해 지역, 전국대회 우승을 넘어 국외 대회에도 출전한 김성훈씨. 사진은 T4 예선 때 모습. 선수 본인 제공
협회 자원에서도 디비전리그 활성화를 위해 유·청소년클럽리그 등 다양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9일 경상북도 김천에서열린 ‘원포인트 레슨’도 그 일환이다. ‘가족체험교실’, ‘일일클리닉’,‘원포인트레슨’ 등이 열렸다. 원포인트레슨(8일)에만 44명이 참가했다. 테니스 구력 1년 미만은 2명이었고, 1~3년 26명, 3년이상이 16명이었다. 참가자들을 지도한 진대성 감독은 “테니스를 속성으로 접하면서 짧은 시간에 테니스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이행사를 통해 디비전리그에 입문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한번 해볼까?’로 라켓을 잡았다가 ‘제2의 김성훈’이 될 수도 있다. 김성훈씨는 “디비전리그는 개인의 꿈을 이루는 것을 넘어, 테니스 참여 인구를넓히고 우수 인재를 찾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한국스포츠과학원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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