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어조, 시뻘건 얼굴. "진짜 치사해서.... 내가 이딴 경기에 다신 나오나 봐라"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툭하면 콜 시비를 걸고 뻔한 스코어에도 트집을 잡는 사람, 경기 내내 약 올리는 사람,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사람, 룰에 통달한 척 자기 말만 하는 사람 등등.
온갖 치사한 수를 다 동원해서 결국 이기고야 마는 그런 사람을 상대하기란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궁지에 몰리면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프로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대회 수준에 상관없이 어느 코트에서건 상대방의 경기 흐름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친 말과 행동을 일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기고 싶다'라는 강한 욕심에서 비롯된 이런 행동은 흔히 게임맨십이라 불린다. 게임맨십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스포츠맨십과는 다른 의미이다. 즉 끈질긴 투지라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게임을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주로 지고 있는 사람이 저지르지만 패배에 대한 공포로 인해 초반부터 작용하기도 한다.
경기규칙이 허용하는 한계선을 오가며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게임맨십은 종종 룰 위반으로 이어진다. 레퍼리가 없는 대회거나 관중이 없는 셀프 저지 경기일 경우엔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진다. 멋모르고 동호인 대회에 출전했다가 두 번 다시 테니스장 출입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랴. 다음은 USPTA(미국프로테니스 협회)가 분류한 게임맨십의 여러 유형이다.
시간벌기
일명 질질 끌기 전술은 체력이 고갈된 선수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무더운 날 저하된 체력을 최대한 회복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기 흐름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경기를 빨리 진행하고 싶은 상대를 짜증스럽게 만들어 실수를 유도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성격이 급한 상대의 화를 돋구기에 적합한 전술인 셈이다. 대표적인 시간끌기 방법은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에 천천히 걷기, 천천히 땀닦기, 느릿느릿 공줍기, 경기 중 휴대폰으로 전화하기 등등이다. 서브 때 호흡을 오랫동안 고르고, 실수를 가장해 토스를 몇 차례씩 올리는 것도 이 전술에 해당한다. 코트 체인지시 신발을 갈아신거나 셔츠, 손목밴드를 갈아 끼우는 것도 다 시간끌기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신이 최대한 휴식을 취할 시간을 확보하면서 상대를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레퍼리가 있는 경우엔 경고나 패널티 포인트가 가해지기도 한다.
방심
상대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기 위해 선수들은 툭하면 자신의 행동에 매켄로를 끌어다 붙인다. 즉 버럭 화를 내거나 소리 지르고, 욕을 퍼붓거나, 공을 던지고 라켓도 던지고, 사핀처럼 라켓을 부러뜨리는 것이 마치 자신의 어쩔 수 없는 기질인 양 행동하는 셈이다. 물론 이런 행동은 공식경기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 해에 수십개의 라켓을 부러뜨리는 사핀조차도 퇴장 당하지 않는 선에서 이런 행동을 저지른다. 게다가 지고 있을 때 이처럼 난동을 부려 무너지는 것 같다가 의외로 에이스를 터뜨리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이들이다.
방해
화장실 가는 시간을 자주 사용한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가능한 한 모든 장비를 다 동원해 경기 흐름을 끊는다. 옆 코트에서 벌어지는 일, 자신의 코트에서 벌어지는 일, 상대 리듬을 방해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한다. 일부러 테니스 코트 옆 연못에 공을 쳐버린 다음 토너먼트 데스크에 와서 새 공을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불평
자신의 패배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고 온갖 것에 트집을 잡는 유형이다. 즉 코트가 너무 미끄러워서, 바람이 불어서, 눈이 부셔서, 어제 술을 마셔서 등등.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에 지고 난 뒤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운이 좋아서 이겼다라고 빈정거리는 것도 불평 가득한 사람의 특징이다.
혼란
흔히 스코어를 잊거나 혼동하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경기 중 스코어를 까먹어 쭈뼛할 땐 고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다른 편에서 서브를 넣거나 리시브를 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끊임없는 수다
상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 경기를 방해한다. 즉 "안됐지만 공이 아웃되었네요" "오늘 영 운이 안좋은 것 같네요" 처럼 공손을 가장해 신경을 긁는 말을 하는가 하면 "스매시" "내가 포핸드로 박살내주마" 등등 자신의 행동을 발설해 상대를 갈등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수다의 달인은 칭찬을 이용해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즉 상대가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을 때 "대단하시네요. 단 한 번도 더블 폴트를 안 하시네요. 평소에도 그러신가봐요" 등의 칭찬을 해, 상대가 그 상황을 의식가게 만들어 실수를 유도한다.
테니스는 흥미진진하고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다. 공정하고 도덕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멘탈 전략을 넘어서서 룰을 어길 정도의 경기 운영을 하는 선수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런 전술을 미리익혀두면 상황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시합이라면 상대의 멘탈 전술을 파악하고 대처법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상대가 부당한 이익을 얻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출처 : 테니스 코리아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5-01-14 13:44:16 구 테니스교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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