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의 말씀이다. 상대 라켓 면을 뚫어지게 주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총알이 아닌 이상, 상대의 라켓 면을 읽고 공의 방향을 알아차리고, 달려가서 공을 처리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라켓 면 읽기'라는 이 맹목적인 미신은 코치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테니스를 지도하는 코치에게 중요하고 어려운 개념이 바로 인과관계에 관한 것이다. 선생이라면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에 관해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만일 원인을 결과로 혼동하면 학생들은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기 때문이다. '공이 오는 방향을 알기 위해 상대방의 라켓 면을 주시하라'는 코칭은 흔히 원인 결과가 뒤바뀌는 영역이다.
사실 라켓 면을 보는 행위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수 백 차례에 걸쳐 게임을 하고 상대가 공을 치는 것을 수천 번 반복해서 바라본 후에야 라켓 면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대의 샷을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라켓 면을 보는 것만으로 이런 깨달음이 오지 않는다.
"라켓 면을 봐도 공이 어디로 올지 모르겠어요. 라켓면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지 의문스러워요"라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편안한 상태에서 상대가 샷을 치는 걸 반복해서 보다 보면 결국 샷을 읽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라켓 면 보기는 수많은 훈련 끝에 얻어지는 결과이므로, 그저 편안하고 즐겁게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씀.
2. 공이 스윗 스팟에 맞을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스위 스팟(라켓면 중에서 타격 효과가 가장 좋은 부분)에 맞추기 위해서 "눈을 공에 고정시키라"는 충고는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헛소리다. 스윗 스팟으로 공을 치는 능력은 플레이어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이지, 공을 지켜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판단 능력이 향상되면 공이 스트링에 제대로 닿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등을 돌리고서도 멋진 샷을 치는 사핀은 눈이 등에 달려있던가? 대부분의 투어 선수들은 공이 라켓에 맞는지 확인하지 않지만 어쨌건 스윗 스판에 공을 맞춘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판단이다.
눈을 공에 고정시키면 제대로 공을 칠 것이라는 생각은 그만하자. 물론 공을 끝까지 보면 공의 비행궤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판단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반복이야말로 판단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을 보고 또 보면 판단력은 향상된다. 판단 능력이 좋아지면 눈이 저절로 공을 따라가게 된다. 판단력이 제대로 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날 공을 쳐다봤자 스윗 스팟은 커녕 헛스윙을 하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3.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칠 때는 클로즈드 스탠스가 최고다.
클로즈드 스탠스에 관한 집착을 버려라. 프로 선수들은 오픈 스탠스에서 포핸드를 치는 건 물론이거니와 백핸드도 오픈 스탠스로 친다. 공을 치는 데는 한가지 원칙밖에 없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식'이 그 한 가지다.
클로즈드 스탠스가 오픈 스탠스가 낫다는 건 그야말로 초보자들의 환상. 오픈 스탠스의 장점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오픈 스탠스로 공을 치면 코트 중앙으로 복귀하는 것이 훨씬 쉽다. 클로즈드 스탠스보다 몸을 제 위치로 돌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이점은 오픈 스탠스가 파워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오픈 스탠스는 밸런스를 찾는 것도 용이하다. 클로즈드 스탠스에서 공을 친 후 밸런스 회복이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은 테니스를 한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불편이다.
이처럼 오픈 스탠스는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샷을 가능케 해준다. 특히 포핸드에서는 오픈 스탠스가 유리하다. 클로즈드 스탠스라면 포핸드를 구사할 때 팔이 몸 뒤에 위치하게 된다. 팔이 공보다 먼 자세로는 정확한 타이밍을 찾기가 어렵다. 오픈 스탠스에서 팔은 공과 가깝다. 엄격한 틀에 몸을 맞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테니스를 하다보면 때로는 오픈 스탠스가 편하고, 때로는 클로즈드 스탠스가 자연스러운 상황이 된다. 평소 어떤 규격에 맞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치는 훈련을 하다 보면 분명 몸이 볼을 치기에 적합한 방법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 알게 될 것이다.
4. 모든 샷을 허리 높이에서 처리하라.
모든 공을 허리 높이에서 처리해야 한다면 높은 공은 기다렸다가 쳐야 할까? 움직일 필요 없이 한 자리에서 공을 칠 수 있게 해주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면, 허리 높이에서 치는 공이 위너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상대가 볼머신이 아닌 까닭에 이런 요행은 실제 경기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발목, 무릎, 허리, 어깨 높이의 공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머리를 넘어가는 공을 쳐야 할 때도 허다하다. 무릎과 허리 사이에서 공을 치는 것이 편안하긴 하다. 그럴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 높이에서 공를 치려고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허리 높이에서 공을 친다고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높이든 공을 치는 것이 훈련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억지로 허리 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그만두면 더 멋진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다. 꾸준히 게임하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어떤 높이의 공도 잘 칠 수 있게 된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5. 라켓을 뒤로 뺀채(준비한 채) 공을 기다린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 하다. 동호인들은 레슨을 받을 때마다 준비가 늦다고 야단 맞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라켓을 빼놓고 공을 기다리는 투어 선수를 본 적이 있는가? 전문가들은 옳다, 그르다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타이밍. 백스윙은 스윙의 일부분이므로 리듬, 타이밍, 파워를 고려해야 한다. 라켓을 일찍 준비하는 것에 집착하다가는 공을 치는 타이밍과 리듬을 놓치게 된다.
정상급 선수들은 상대가 공을 치는 순간 라켓을 뺀다. 공을 치는 순간 테이크백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라켓이 몸 앞에 있는 것이 몸 뒤에 있는 것보다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 사실 라켓을 뒤에 뺀 채 어정쩡하게 달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어색하지만 실행하기도 쉽지 않다.
공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스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를 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자. 라켓 준비가 편안해지면 타이밍과 리듬이 훨씬 좋아진다.
6. 팔을 최대한 뻗어서 임팩트, 그대로 뒤쪽으로 팔로우드루한다.
프로 선수의 스윙은 위쪽으로 포물선을 그리지만 과장되지는 않는다. 포핸드 스윙시 선수들은 어깨 위쪽이나 어깨 바로 밑에서 팔꿈치를 구부린 채로 스윙한다. 이것이 톱스핀을 형성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위쪽으로 심하게 치우치는 프로 선수들의 스윙은 더 많은 파워를 생성하고 강한 톱스핀을 거는데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백핸드에서는 편안하고 높은 팔로우드루를 하게 되는데, 이 역시 앞쪽이 아닌 위쪽을 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사람을 정해진 움직임에 맞추었지만 이는 요즘 선호되는 방식이 아니다. 최근의 기조는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좋은 선수를 만든다는 것이다. 팔로우드루를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습득할 필요가 있다.
7.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서는 테니스 스킬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깨기 힘든 선입견 중 하나다. 하지만 테니스를 치기 위해 복잡한 스킬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세계 챔피언이라 해도 복잡한 스킬을 배울 필요는 없다. 프로 선수들은 샷에 대한 '감각'을 개발한다. 감각이야말로 기술을 제대로 발휘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특정한 샷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억지로 감각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모순된 시작에서 출발해야 한다. 테니스 기술 훈련을 통해 감각을 키우려 해봤자 혼란스러울 뿐이다.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감각없이 기술적 요소에 집중하다간 결국 "나는 절대 이 게임을 이길 수 없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전통적인 방식은 기술적인 스킬을 강조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는 교습자를 좌절에 빠뜨릴 뿐이다.
테니스 수준이 어느 정도든 상관없이 한 두 가지 중요한 과정에 집중하면서 스트로크에 관한 감각을 개발하면 좋다. 전체의 스트로크 과정에 억지로 꿰어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 두 가지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포인트다.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유사하다. 아이는 시도와 실수를 반보가면서 걷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걸음마를 익힌 아이는 별도의 교습 없이 뛰고 점프하고 달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테니스 역시 첫 몇 단계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을 통해 감각을 향상시키면 기술도 자연스레 좋아진다.
다음 단계는 푸트 워크에 관한 것이다. 푸트 워크에 신경쓰지 말고, 발이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내버려두라. 오른발을 디뎌야 했다던가 왼발을 이쪽에 디뎌야 했다는 걱정은 접어 둔다. 그저 경기를 지속하면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발을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식으로 대여섯 번 경기를 치르고 나면, 밸런스가 어떻게 향상되고 있는지, 얼마나 자주 오픈 스탠스로 샷을 때리게 되는지, 클로즈드 스탠스로 공을 치게 되는 상황은 어떤 경우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테니스가 예전보다 훨씬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 막 푸트 워크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자.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즐기는 것이 최고다. 이런 경험을 한 뒤에 예전의 푸트 워크를 시도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기계적이고 불편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8. 좋은 폼에서 멋진 플레이가 나온다.
폼은 무슨 폼? 어처구니 없게도 이 믿음은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하지만 막상 정상급 선수들은 전통적인 방식과 폼으로 경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동호인들은 걸핏하면 '그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들'로 칭하며 '우리는 선수를 평가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폼은 그럴싸한데 이기지는 못하는 수많은 테니스 선수들을 상상해보라. 완벽한 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테니스 폼에 얽매이다보면 폼이 실력이라고 믿기 시작할 것이다. 아마 이렇게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럼 아니란 말야?" 물론 아니다. 테니스 교본을 통해 완벽한 폼을 익히고 클럽의 우상이 될 수도 있다. 때로 폼이 좋은 동호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잡지에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밍이나 판단력이 부족하다면 승리는 요원한 일이다.
타이망과 판단력은 완벽한 폼보다 훨씬 중요하다. 프로가 프로인 이유는 폼이 멋져서가 아니라 뛰어난 판단력과 샷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폼이 공을 무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수 자신의 감각이 최고의 플레이를 결정한다.
멋진 폼에 의존하는 대신 자신만의 감각과 판단력을 개발하자. 이를 훈련하는 중 좋은 폼을 갖추게 된다면 그것 또한 멋진 일이다.
9. 샷을 친 다음에도 밸런스를 유지해야만 한다.
샷을 친 직후에도 밸런스를 유지하는 건 애거시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톱플레이어들은 무너진 밸런스를 회복하는데 일가견이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동호인들은 샷을 친 직후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에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떤 연유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이론이 유포되었는지 모르지만, 샷을 친후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테니스는 움직이는 경기다. 자전거를 배울 때 정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는 것 처럼 테니스에서도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만을 배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기 위해서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서 시도하는 반복이 최상인 것처럼 테니스의 밸런스 능력도 마찬가지다. 뛰고, 치고, 넘어지고,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만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는 방안이다.
10. 위너를 많이 기록하는 것이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프로 선수들이 한 경기 동안 치는 샷 중 위너의 비율은 10% 남짓. 결국 샷의 90%는 위너를 노리기 위해 주고 받는 랠리인 셈이다. 상대에게 위너 기회를 주지 않도록 일관성과 깊이만을 조절하는 샷이라는 얘기다.
경기에 임할 때 두 가지 상반된 마음가짐이 있다. 하나는 "일관성을 유지하자(위너를 칠 기회를 기다리자)"이며 다른 하나는 "위너를 차지(때로 너무 빨리 위너를 시도하게 된다)"이다. 샷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임할 때는 위너로 승부를 건다. 자신의 마음가짐이 어떤지 확인도 않은 채 그저 포인트를 빨리 따내려는 노력을 한다.
랠리가 두 세 차례 오가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포인트를 끝내기 위해 더 세게 치거나 확률 낮은 샷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위너로 승부를 낸다"는 마음이다.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점검할 때다. 만일 위너 만들기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기회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것이 좋다. 조급증을 버리면 보다 편안하게 경기를 하게 된다는 덤도 생긴다.
위너가 아니라 일관성과 컨트롤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출처 : 테니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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